요즘 주택 거래가 줄고 가격도 떨어지고 있다. 주택시장 이 본격 조정 국면으로 접어든 모양새다. 내 집 마련 수 요자가 관망세로 돌아선 탓이다. 단기간에 급반등하면 서 싼 매물이 소진된 데다 특례보금자리론 일반형 등 일 부 대출 상품 판매가 중단된 영향이 크다.
집값이 떨어 질 것이라는 조정 기대 심리도 적지 않게 작용했다. 아 파트시장의 냉각 속도가 예상보다 빠르다. 어느 날 아침 일어나보니 갑자기 찬 바람이 확 부는 느낌이다. 정보 전달이 빠른 스마트폰 시대 부동산시장의 새로운 풍경 이다. 수요자가 떼를 지어 기민하게 움직이니 시장 흐름 도 갑자기 바뀐다.
시장은 추세라는 게 있다. 일단 상승세가 아파트 실거 래가 기준으로 볼 때 2023년 9월을 정점으로 한 번 꺾 였기 때문에 하락세는 어느 정도 지속될 것이다. 하지 만 하락 폭이 2022년 미국발 고금리 쇼크 때만큼 깊거 나 길지는 않을 것이다. 그래서 ‘상저하고(上低下高)’ 속 에 ‘소(小)박스권’ 장세가 나타날 것으로 본다. 상반기 여 건이 좋지 않다가 하반기에 조금 더 나아지는 모양새다. 하지만 시세가 급등락하기보다는 작은 박스권에서 움직 이는 양상을 띨 것이다. 거래량은 예년처럼 많지 않아 불황 장세 가능성이 크다.
기준금리 인하, 하반기에나 이뤄질 듯
부동산 가격은 상승 요인과 하락 요인의 시소게임 결과 다. 상승 요인이 많으면 오를 것이고, 하락 요인이 많으 면 내릴 것이다. 하지만 2024년은 하락과 상승 요인의 무게감이 서로 비슷한 것 같다. 우선 상승 요인부터 살 펴보자. 2024년에 가장 주목할 것은 기준금리 동향이 다. 주택시장은 투자 상품화가 진행되면서 금리나 유동 성, 통화량에 민감하게 반응한다. 특히 시장금리에 영 향을 주는 미국 기준금리와 한국 기준금리를 예의 주 시해야 한다. 금리가 떨어지면 금융 비용이 낮아져 수익 률이 올라간다. 기존에 고금리로 대출받은 투자자도 한 숨 돌리게 된다.
금융계에서는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2024년 하반기 이후 2~3차례 낮출 것으로 예측한다. 최근 금융기관의 컨센서스에 따르면 2024년 말 기준금리를 연 3%로 전 망한 곳이 45.2%로 가장 많았다. 연 2.75%로 전망한 곳이 32.3%로 그다음을 차지했다. 물론 시장의 예측은 기대가 섞여 있지 않나 싶다. 다만 인하 폭의 문제이지, 방향이 인하 쪽인 것은 분명해 보인다.
기준금리 인하는 물가와 맞물려 있다. 한국은행은 2024년 11월 소비자물가를 전년 말 대비 2.6%로 예상 한다. 2023년 11월은 전년 말 대비 3.3% 수준이다. 물 가 부담이 낮아진 만큼 기준금리를 낮추리라는 게 금융 계 전망이다. 하지만 전망이 항상 맞는다는 보장은 없 다. 경제는 불규칙하게 움직이는 유기체 성격이 강하기 때문이다. 현재로서는 그럴 가능성이 있다는 정도로 받 아들이는 편이 좋을 것 같다. 금리 인하가 집값을 당장 자극하지는 못할 것으로 보인다. 이미 가격이 많이 오른 매매시장보다는 전세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더 클 전망 이다. 전세는 변동금리 대출이 많아 금리 동향에 좀 더 민감하게 움직이기 때문이다.
신생아 특례대출, 집값 하락 버팀목 될까?
그리고 1월부터 출시될 27조원 규모의 신생아 특례대출 은 주택 가격을 떠받치는 특급 재료다. 9억원 이하 주택 을 구입할 경우 연 1.6~3.3%의 저리에 최대 5억원까지 빌릴 수 있다. 부부 합산 기준으로는 연 소득 1억3,000 만원, 자산 기준으로는 5억600만원 이하면 가능하다. 신청일 기준 2년 이내 출산한 무주택 가구가 대상으로 2023년 출생아부터 적용된다. 혼인신고 여부와 관계없 이 출산을 기준으로 판단하는 것이 특징이다. 2023년 주택시장의 받침대 역할을 한 것이 바로 40조원 규모의 특례보금자리론인 점을 감안하면 신생아 특례대출도 적 지 않은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. 고가 주택이 밀집된 강 남권이나 마용성(마포구, 용산구, 성동구) 지역보다는 서울 외곽, 수도권, 지방이 수혜를 입을 가능성이 크다. 신생아 특례대출은 집값 상승을 부채질하기보다는 하락 을 막는 방패 역할 정도를 할 것으로 보인다.
4월 총선도 시장의 관심거리다. 총선 결과에 따라 계 류된 규제 완화 법안이 통과될 수 있어서다. 가령 아파 트 매입임대사업 허용, 다주택자 취득세 중과 완화, 단 기 양도세율 완화, 거주의무 등이 그것이다. 다만 정치 선진화로 돈 선거가 사라지면서 과거처럼 선거가 주택시 장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다. 뉴타운 공약이 쏟아진 2008년 총선을 제외하고는 일회성 이벤트로 그친 경우 도 적지 않다. 물론 표심을 잡으려는 개발 공약은 나올 것이고, 그 경우 지역 차원에선 호재가 될 수는 있다. 하지만 이런 공약의 영향은 국지적이다. 그리고 공급 부 족에 대한 불안 심리, 원자잿값 급등에 따른 고분양가 후폭풍도 상승 요인으로 꼽힌다.
여전히 소득과 물가 대비 비싼 집값
하지만 악재도 만만치 않다. 집값이 단기간 반등하면서 급매물이 사라져 수요자 심리가 위축되었다. 가계 부채 가 경제 수준보다 과도하고, 집값이 소득이나 물가에 비 해 여전히 비싼 것도 악재다. 한국주택금융공사에 따르 면 지난 2분기 기준 서울의 주택구입부담지수는 165.2 로 1분기(175.5) 대비 10.3포인트 하락했다.
지난해 3월 말(203.7) 200선을 넘었으나 고금리 여파로 떨어졌다. 그래도 비싼 수준이다. 일반적으로 주택구입부담지수 130∼140선을 주택 구매가 가능한 적정 수준으로 평가 한다. 아파트 가격이 서울과 수도권을 중심으로 2023년 에 너무 크게 반등한 것도 악재라면 악재다. 수요자 기 대 수준을 맞추려면 가격은 지금 수준보다 더 낮아져야 한다. 또 최근 저출산에 따른 인구 감소 우려는 심리적 으로 위축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.
내 집 필요한 수요자의 대응법
이미 언급했듯이 아파트시장은 2023년 9월 고점을 찍 고 조정 국면에 접어들었다. 조정 시기를 2024년 6월 말 까지로 보고 싶다. 구체적으로 지금부터 새해 3월까지 는 하락세, 4월부터 6월 말까지는 약세, 7월부터는 보합 세 혹은 강보합세 전환을 조심스럽게 예측해본다. 따라 서 내 집 마련을 하려면 설 연휴 혹은 3·1절을 지나면서 부터 급매물을 찾아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. 가격 하락이 단기간, 빠르게 나타날 수 있어서다. 요즘은 광속의 시대 다. 주택시장의 수요자도 마치 시속 100km로 달리는 코 끼리 떼 같다는 느낌이다. 비슷하게 생각(집단 사고)하고 무리 지어 행동(군집 행동)하다 보니 시장이 순식간에 돌변한다. 그래서 현장을 예의 주시해야 한다.
그때 무조건 집을 사라는 뜻은 아니다. 흐름은 주시하 되 타이밍만 의존하면 안 된다. 가격 메리트를 함께 봐 야 한다. 내 집 마련의 가장 큰 덕목은 싸게 사는 것이기 때문이다. 아파트 실거래가 고점(2021년 10월) 대비 강남 등 인기 지역은 20~30%, 나머지 지역은 30% 이상 싼 급매물을 중심으로 선별 접근해야 한다. 타이밍과 가격 메리트는 내 집 마련 수요자가 챙겨야 할 필요충분조건 이다. 시장 전체의 타이밍이 아무리 좋아도 내가 사고자 하는 아파트가 가격 경쟁력이 없으면 무용지물이다.
그리고 향후 주택시장은 체력이 약해 2013~2021년의 대세 상승 사이클보다는 미니 사이클이 반복할 가능성 이 커 보인다. 무릎에 사서 어깨에 팔라는 격언은 소(小) 사이클 장세에선 먹히지 않는다. 무릎이 상투일 수 있기 때문이다. 따라서 시장을 철저하게 조사해서 매입가를 어떻게든 낮춘다는 전략이 유효해 보인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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